2017년 2월 19일 * 뉴칼레도니아 – 누메아
- Admin
- 2017년 6월 8일
- 2분 분량
집주인인 마리씨는 프랑스 여자다. 프랑스 본토에서 태어났지만 10년 전부터 이곳에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는 집에 남는 방이 있어 여행하는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나와 아내는 그녀 집의 남는 방에서 나흘 동안 묵기로 했다. 누메아의 물가가 비싸서, 호텔에서 자려면 하룻밤에 15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니, 부담이 된다. 마리씨 집에서 나흘 동안 묵기로 하고 20만원이 안 되는 값을 지불했다. 호텔이 주는 정형화된 청결함이나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지만, 아내와 둘이 묵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다. 방 바로 앞에는 정원이 있는데 울창하게 자라버린 아보카도 나무에서는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마리씨는 아보카도를 따먹어도 좋다고 했다.
어제 저녁에 볶음밥을 해먹고 남은 것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했다. 집을 나서는 길에 가방에는 어제 슈퍼마켓에서 산 바게트 빵과 생수 한 통을 챙겼다. 시드니에서 새로 구입한 등산화를 신었다. 구입 할 때에는 발에 너무 꼭 맞는 것이 나중에 편해지려나 싶었는데 이제 제법 편해졌다. 나만 새 신발을 산 것이 눈치가 보여, 아내 것도 하나 장만하려고 쇼핑몰을 둘러보았는데 아내는 마음에 드는 게 없다고 다음에 사자고 했다. 아내는 오늘도 늘 신던 런닝화를 신었다.
아내와 나는 패션감각이 떨어지는 편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패션감각이 뒤쳐진다기보다 가진 옷이 별로 없어서라고 변명하고 싶다. 나와 아내에게 있어서 옷 값은 대개 비싸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옷 한 벌을 사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데, 좀처럼 쉽지가 않다. 우리도 예쁜 옷 보는 눈은 있다. 물론 입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나 가격표를 보고 나면 지갑을 열 용기가 선뜻 나지 않는다. 그런 탓에 부부의 옷차림이 늘 공평하게 허름하다. 허름한 행색으로 우리는 사람 많은 홍대로 버스를 타고 가서 만화책을 잔뜩 사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오르곤 한다.
아침시장을 출발하여 한적한 누메아 시내를 걷고, 성당과 교회와 언덕 위의 전망대를 들렀다가 모젤항(Port Moselle)에 있는 바에 들어왔다. 햇살이 뜨거웠고, 공기가 습했다. 아내가 생맥주를 받아와 테이블 위에 놓았다. 잔에 이슬이 굵게 맺히더니 이내 흐른다. 나는 망설이지 않은 채 한 모금을 시원하게 들이킨다. 시원하게 털어 넣은 맥주에 배가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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